언제부터였는지 모르지만
잠이 들 때 잡다한 생각을 하다 보면
생각의 끝이 안 보일 때, 두려웠던 적이 있다
예를 들면 어릴 때는 인간은 죽은 뒤에 어떻게 될까?
고등학교 취업반 시절에는 대학을 안 가면 어떻게 될까?
첫 사회생활을 할 때쯤엔 이 경력을 쌓다 보면 어떻게 될까?
등등..
그때도 어느 날 침실이었다
작은 규모지만 기분 좋은 동료들
엉겁결에 맡은 팀장급 자리
새벽잠을 설치게 하는 첫째 딸의 출산
그 어느 날 그런 생각의 소용돌이가 왔다
사실, 무의식 중에 생활 속에서 이미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
잠들기 전 그 생각이 또 찾아온 것이지만
출근해서도, 밥을 먹어도, 회의 중에도
퇴근길에도, 저녁을 먹을 때도
불안할 게 없는데, 불안함이 자꾸 찾아왔다
그리고 그 불안함의 원인을 찾기 위해
생각을 하면 할수록
이미 생각의 끝 지점에서 조용히 기다리고 있는
그 핑곗거리를 자꾸 불러오곤 했다
그 당시 나의 불안함 들을 나열하자면
나는 좋은 대학을 나오지 못했다
나는 규모가 큰 직장에 다니지 않는다
나는 연봉이 그렇게 높지 않다
나는 가정이 있고, 새 식구가 생겼다
나는 지금의 경력과, 지금의 이력으로는 언제고
갑작스러운 경제적 위기가 올 것이다
고로, 나는 퇴사를 해서 내 손으로 내 경제력을 키워야 한다
이런 핑계의 논리와 항상 만나곤 했다
그리고 이런 불안함과, 결론의 생각을 할 때마다
오래전부터 조금씩 준비를 하던 부분도 있었다
그리고 아내와 가족을 설득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
신뢰가 있었기에 걱정은 많이들 했지만
말리진 않았다
그리고 어느 때와 다름없이 출근 후
장시간 1대 1 회의를 하던 날
인수인계 후 퇴사하겠다는
보고 형태의 통보를 올렸다.
의견 대립이 있는 회의였고
당시 서로에게 약간의 불만이 있었기에
감정적인 발언처럼 흘러가기에
다시 한번 말했다
"오래 생각했다구요"
그렇게 그날 인생 한 면의 끝 지점을 정했고
반대로 새로운 시작의 지점을 정했다
2016년 2월 명절전 이야기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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